아틀라스 맵핑 총정리 — 경로석·서판·요새
캠페인을 끝내면 아틀라스(Atlas of Worlds) 라는 거대한 상호연결 맵이 열립니다. 엔드게임에서 보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이 위에서 흘러가고, 캐릭터를 키우는 재료도 여기서 나옵니다.
그런데 아틀라스는 “맵을 계속 돌면 된다”는 식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실제로 쥐고 있는 손잡이는 세 개뿐입니다. 맵 한 장을 여는 소모품인 경로석, 구역 전체에 효과를 거는 서판, 그리고 아틀라스를 어떤 순서로 가로지를지 정하는 경로입니다. 이 세 가지가 각각 무엇을 결정하고 어디서 서로 맞물리는지가 이 글의 내용입니다.
맵 한 장이 열리기까지
경로석은 맵을 여는 소모성 아이템입니다. 다만 단순한 열쇠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경로석의 등급이 그 맵의 지역 레벨을 결정하고, 지역 레벨은 몬스터 난이도인 동시에 그 맵에서 나오는 아이템의 품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경로석을 쓸까”라는 선택은 곧 “오늘 어느 난이도에서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까”라는 선택입니다.
등급은 1등급부터 15등급까지 열다섯 단계(T1T15, 게임 내 표기로는 IXV)입니다.
0.5에서 앞단에 한 단계가 더 붙었습니다. 경로석은 감정한 뒤에야 지도 장치에 넣어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미감정 경로석은 그대로는 쓸 수 없으므로, 바닥에서 주운 경로석은 감정을 거치기 전까지 재고로 치면 안 됩니다. 이전 시즌 감각으로 미감정 더미를 쌓아두면 정작 맵을 열려는 순간 쓸 물건이 없습니다.
등급은 저절로도 오르고, 손으로도 올린다
경로석 등급을 올리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자연 상승입니다. 처음에는 1등급 경로석이 떨어지고, 고레벨 몬스터가 그다음 등급을 드롭하면서 재고가 점점 위로 올라갑니다. 여기에 더해 경로석은 현재 맵 등급보다 낮게 드롭되지 않습니다. 즉 높은 맵을 돌면 돌수록 상위 경로석이 알아서 유지되는 자기 강화 구조라, 한 번 올라간 등급대는 웬만하면 내려가지 않습니다.
둘째는 직접 승급입니다. 재련대(Reforging Bench)에서 같은 등급 3개를 다음 등급 1개로 바꿀 수 있습니다(T1~T14 구간). 자연 상승이 더딜 때, 혹은 특정 등급 재고만 잔뜩 쌓였을 때 쓰는 수단입니다.
문제는 올릴 수 있다는 것과 올려야 한다는 것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지역 레벨이 곧 난이도이므로, 캐릭터가 감당하지 못하는 등급을 억지로 돌면 죽고, 죽으면 그 경로석을 잃고, 재고 순환 자체가 끊깁니다. 방어가 받쳐줄 때 한 단계씩 올리는 것이 결국 가장 빠릅니다.
15등급 위로 더 가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타락하지 않은 T15 경로석에 저주받은 오브(Vaal Orb)를 사용하면 낮은 확률로 T16이 됩니다. 다만 이건 도박이라, 등급이 오히려 떨어지거나 접사가 무작위로 바뀌는 등 다른 결과도 나옵니다. 아까운 경로석에 함부로 쓸 물건은 아닙니다.
접사를 어디까지 굴릴 것인가
경로석은 최대 6개의 접사를 가질 수 있습니다. 팩 크기, 아이템 희귀도, 몬스터 희귀도 같은 접사는 난이도와 보상을 함께 끌어올리므로, 원칙적으로는 접사가 많을수록 좋은 맵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접사를 6개까지 굴리면 그 맵의 포탈이 1개로 줄어듭니다. 포탈이 하나라는 건 한 번 죽는 순간 맵이 통째로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잘 굴린 경로석일수록 몬스터도 그만큼 위험해지므로, 가장 좋은 맵에서 가장 쉽게 전부를 날리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6접사는 방어가 확실히 탄탄할 때만 권할 만하고, 저항이나 생명력이 아직 모자란 빌드는 5접사에서 멈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품질도 같이 보세요. 품질은 새 접사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붙은 접사의 수치와 효과를 강화합니다.
접사를 신경 쓸 이유는 0.5에서 하나 더 늘었습니다. 경로석의 팩 크기·희귀도 계열 접사가 아틀라스 트리의 같은 계열과 곱연산으로 작용합니다. 예전처럼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트리를 한 방향으로 특화해 둔 상태에서 좋은 경로석 한 장을 얹으면 효율이 계단식으로 뜁니다. 트리를 특화할수록 상위 경로석 한 장의 가치가 커진다고 보면 됩니다.
서판은 맵 한 장이 아니라 구역을 바꾼다
경로석이 맵 한 장짜리 손잡이라면, 서판은 구역 단위 손잡이입니다. 서판은 탑(Tower)에 꽂아 그 탑 반경 안의 맵 전체에 효과를 부여합니다.
꽂는 절차는 이렇습니다. 아틀라스에서 ‘잊혀진 탑’ 맵을 클리어하고 맵 끝의 선구자 봉화(Precursor Beacon)를 활성화하면 서판이 드롭되고 주변 아틀라스가 드러납니다. 그 뒤 아틀라스 화면에서 해당 탑에 서판을 최대 3개까지 꽂을 수 있습니다. 각 서판은 10회 충전, 즉 맵 열 번 분량이고 꽂는 순간 소모됩니다.
서판은 성격에 따라 크게 나뉩니다.
- 선구자 서판(범용) — 순수 보상 강화입니다. 아이템 희귀도, 팩 크기, 희귀/마법 몬스터, 금화, 에센스, 추가 상자 등이 붙습니다.
- 메커니즘 서판 — 균열·탐험·환영·의식·심연 같은 특정 메커니즘을 반경 내 맵에 얹습니다.
- 감독관(Overseer) 서판 — 맵 보스를 추가합니다. 강력한 맵 보스는 상위 경로석을 확정 드롭하므로, 경로석 수급이 흔들릴 때 쓰는 카드입니다.
서판 효과는 누적됩니다. 탑 반경이 겹치는 지점을 찾으면 한 맵에서 여러 메커니즘을 동시에 돌리거나, 같은 메커니즘을 여러 장 쌓아 밀도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주력 파밍 구역을 정해 탑을 겹쳐 세팅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0.5에서 추가된 빈 슬롯 규칙은 직관과 반대라 특히 기억해 둘 만합니다. 서판을 다 채우지 않고 남긴 빈 슬롯은 무작위 리그 콘텐츠를 추가합니다. 반대로 슬롯을 전부 채우면 그 서판들의 콘텐츠로만 제한되죠. 그러니 슬롯을 채우는 것이 항상 이득은 아니고, 일부러 비워 두는 것도 하나의 전략입니다.
마지막으로 0.5부터는 기회의 오브(Orb of Chance)를 서판에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서판에 썼을 때 정확히 무슨 결과가 나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이템에 쓸 때처럼 상위 등급으로 바뀌는 것인지, 다른 판정이 붙는 것인지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요새를 향해, 최단 경로로
아틀라스 자체의 진행은 맵을 돌아 보스를 잡고 아틀라스를 밝히면서 인근 목표를 여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초보자가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눈에 보이는 맵을 전부 클리어하려는 것인데, 모든 맵을 하나하나 돌 필요는 없습니다. 퀘스트 목표까지 가장 적은 맵을 거치는 경로로만 이동하세요.
향하는 곳은 선구자 요새(Precursor Fortress) 입니다. 요새 안의 맵을 완료하면 아틀라스 패시브를 얻습니다.
그리고 요새 탑의 핀나클 보스에 도달하면 진행 속도가 한 번 크게 꺾입니다. 이 보스를 처치할 때마다 요새의 큰 구역, 대략 40개 맵 분량이 한꺼번에 자동 완료되기 때문입니다. 맵을 하나씩 지워 나가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으므로, 초반 목표는 “맵을 많이 돌기”가 아니라 “요새 탑까지 빨리 닿기”로 잡는 편이 낫습니다.
아틀라스 패시브로 방향을 정한다
이렇게 모은 아틀라스 패시브는 트리 형태로, 맵핑의 방향을 정하는 데 씁니다. 특정 리그 메커니즘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식으로 자기 파밍 스타일에 맞춰 커스터마이즈하는 것이죠. 앞서 말한 곱연산 때문에, 어중간하게 여러 방향으로 흩뿌리는 것보다 한 방향을 깊게 파는 쪽이 체감이 큽니다.
0.5에서는 탐험 전용 아틀라스 패시브 트리가 따로 추가되어, 탐험 조우의 난이도와 보상을 별도로 조절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맵핑이 굴러가는 순환
여기까지가 각각의 부품이고, 실제로는 이렇게 맞물려 돕니다. 감당 가능한 등급을 돌면 경로석 재고가 저절로 위로 밀려 올라가고, 그 재고가 다시 더 높은 등급을 돌 여유를 만듭니다. 서판으로 밀도를 만들면 그 밀도가 경로석 드롭을 늘리고, 늘어난 경로석이 다음 구역의 밀도를 감당합니다.
이 순환이 멈추는 지점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 재고가 줄기 시작할 때. 방어가 못 따라오는 등급을 돌거나 6접사 단일 포탈에서 죽으면, 소비가 수급을 넘어서면서 순환이 아래로 돕니다. 그래서 등급과 접사는 “버틸 수 있는가”가 아니라 “죽지 않고 꾸준히 도는가” 를 기준으로 올려야 합니다. 한 번 버틸 수 있는 등급과 계속 돌 수 있는 등급은 다릅니다.